노동의 종말은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책 제목에서 가져왔다.

리프킨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임금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 전망했다. 기술실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된다는 주장이다. 기술실업에 관한 논쟁은 꽤 오래 이어졌지만, 최근 LLM(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이 가속화되면서 그 논쟁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업무 자동화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로봇밀도는 2024년 기준 1,220대로 세계 1위이며, 2위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운영하는 로봇의 수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특히 Physical AI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겠으나, 현장 도입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이다. 지금도 실업률이 오르고 있는데, 그 증가 속도가 당혹스러울 만큼 빨라질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서 삼성전자 노조(이하 삼전노조)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전노조의 주장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와 대립하는 측면이 있으며, 삼전노조의 이익은 삼성전자 협력사와 그 협력사 노동자들의 이익과도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삼전노조의 주장에 일부 타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환의 시대에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태일의 열정과 문제의식, 혹은 노회찬 의원의 명연설 ‘6411번 버스를 기다리며’에서 보여준 공감 능력을 그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을 잃은 노조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책임의 근원은 그들을 배양한 한국 사회에서 찾아야 한다. 도넬라 메도우즈가 『Dancing With Systems』에서 “시스템에서 책임을 찾으라"고 했는데, 이는 깊이 새겨야 할 지혜다. 한국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경제적 부를 추구하면서, 역량을 키우기보다 경쟁만을 조장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이중적 임금 구조 역시 원인 중 하나다. 삼전노조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승자독식 인센티브’가 배양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삼전노조의 파업은 노동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노동의 종말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FALC(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완전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기본소득 사회, 풍요 사회, 거대 기술기업이 지배하는 기술 봉건사회 등이 그것이다. 이번 파업이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회가 기술실업에 적응할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삼전노조의 자기이익 추구 행위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인다.

삼전노조 사태를 보면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제도적 근거와 논거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전체 노동자의 13%에 불과한 노조 가입자의 이익이 나머지 87% 노동자의 이익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자리의 미래, 노동의 미래를 고민하는 와중에 삼전노조 사태는 입맛을 꽤나 씁쓸하게 만든다. 전태일 선생과 노회찬 의원이 꿈꿨던 연대의 정신이 노동 현장에서 사라졌다고, 이제는 그분들에게 고백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동 없는 인간은 과연 인간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노동과 새로운 사회계약을 꿈꿔야 한다. 삼전노조가 공동체 정신, 즉 아사비야(Assabiyyah)를 잃어버린 점을 탓하되,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준비해야 한다. 노동 3권의 재설계, 한국적 맥락에 맞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설계,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적 일자리 확충, 이중임금제의 완화, 목적 경제와 의미 경제 체계 구축, 생태학적 경제 시스템,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역량 체계—이 모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