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한국의 대표 기업은 파업이라는 파국을 피했다. 하지만 이 타결은 더 거대한 질문을 덮어버렸다. 시민의 무상 데이터와 막대한 공공 인프라를 빨아들여 창출한 AI 호황의 과실이 오직 자본과 소수의 기업 노동자에게만 분배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노사 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다가올 기계 생산 시대에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묻는 근본적 시험대다. 20세기 자본주의의 낡은 공식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40조 원의 합의서와 닫혀버린 질문

2026년 5월 말, 삼성전자 노사는 연 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보상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그중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6만 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73.7%가 찬성표를 던지며 파업의 불씨는 꺼졌다. 하지만 축포가 터진 닫힌 문밖에서, 이 잔치에서 배제된 시민사회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류가 무상으로 남긴 디지털 발자국을 먹고 자란 AI 기업들이 창출한 막대한 이윤은 과연 그들만의 것인가.

사회 인프라 위에 쌓은 부, 노사협상 프레임에 갇히다

이 딜레마는 바다 건너 서구권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등은 AI 호황을 이끄는 핵심 재료를 ‘시민의 데이터’와 ‘공공 전력망’으로 명확히 규정한다. 사회적 공유재를 흡수해 극소수의 빅테크가 천문학적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AI 횡재세(Windfall Tax)’ 논의가 주요 정치 의제로 제기되고 있다.

마을의 공용 우물물을 끌어다 거대한 생수 공장을 돌렸는데, 그 엄청난 수익은 우물을 만든 마을 주민이 아니라 공장장과 인부들만 나누어 갖는 셈이다. 한국의 이번 합의는 이 거대한 구조적 모순을 20세기식 ‘노동 대 자본’이라는 좁은 협상 프레임으로 축소시켰다.

기계가 생산하는 시대, 20세기 분배의 맹점

현재의 분배 시스템은 인간의 노동 투입을 전제로 작동한다. 하지만 기계와 AI가 생산의 주축을 담당하고 인간은 소비자로 남게 되는 미래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만약 지금처럼 AI의 초과이윤이 특정 기업의 주주와 내부 노동자에게만 집중된다면, 향후 자동화로 밀려난 다수를 위한 사회 안전망 재원은 빠르게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현상이 단순한 박탈감을 넘어 보편적 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AI 횡재세’ 도입으로 발전하려면, 산업 인프라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시민의 각성과 입법 기관의 선제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 정책 및 사회적 시사점

정책적 관찰 포인트: AI 기업이 소모하는 공공 인프라 망과 무단 학습된 시민 데이터의 가치를 정량화하려는 시도가 입법 의제화될 조건을 지켜봐야 한다. 유럽연합(EU) 등의 조세 정책 가이드라인 변화가 국내 횡재세 법안 발의의 직접적인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사회적 영향: AI 모델 고도화에 무의식적으로 기여한 불특정 다수는 부의 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이로 인해 특정 대기업 노조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약자에 대한 ‘연대’에서 특권층의 ‘고립된 기득권’ 유지로 차갑게 식어가는 현상이 확산할 것이다.

공용 우물의 사용료를 물을 시간

AI가 창출한 부의 성격은 과거 제조업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혁신은 소수의 기업이 이끌었지만, 그 혁신을 가능하게 한 토대인 데이터와 인프라는 사회 전체가 제공했다. 이번 노사 합의는 당장의 파업 갈등을 봉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유부(Common Wealth)‘를 둘러싼 더 크고 지난한 갈등의 서막을 열었을 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조만간 공장 문을 두드려, 말라가는 우물의 정당한 사용료를 청구할 것이다.

생각해볼 질문

️ 만약 이 흐름이 굳어진다면, 당신이 일상에서 남긴 수많은 디지털 활동은 평생 특정 기업의 금고를 채우는 데만 쓰이게 된다. 우리는 언제쯤 내가 무심코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한 권리와 몫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 파업 위기를 넘기고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약속받은 대기업 직원들의 뉴스를 보며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그 순간 스쳐 지나간 안도감이나 소외감이 향후 우리 사회의 메워지지 않는 틈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잠시 짚어본다.

미래 신호: 소수 대기업 내부의 노사 간 결탁이 굳어지면서, 노동 시장 내의 양극화가 새로운 계급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포착된다. 이는 전통적인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넘어, AI 과실을 나누어 가지는 내부자와 철저히 배제된 외부자 간의 ‘노노(勞勞) 갈등’, ‘기업과 사회 갈등’을 예고한다.

주목해야 할 것들

⚡ 확산 조건: AI 횡재세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조세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이 무단으로 사용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추산하는 회계 기준이 먼저 국제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이를 측정할 수 없다면 과세도 불가능하다.

연결 이슈: 이 논쟁은 에너지 산업의 탄소세 도입 역사와 맞닿아 있다. 과거 화석 연료 기업에 환경 파괴의 책임을 물었듯, 곧 AI 기업에게도 지식 생태계 오염과 공공 전력망 독점의 비용을 청구하는 논리가 힘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