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 안의 단백질이 양자 비트가 됐다. 30년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생물-양자 결합이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증명됐다. 실용화까지 긴 길이 남아 있지만, 양자컴퓨팅의 소재 지도에 새로운 칸이 생겼다.

생명과 양자역학이 세포 안에서 처음 만났다

1994년 레너드 에이들먼은 시험관 속 DNA로 수학 문제를 풀었다. 당시 학계는 “기묘한 실험"이라 불렀다. 30년 뒤 그 씨앗은 합성생물학 분야 전체의 뿌리가 됐다. 2025년 8월, 시카고대 분자공학대학원(UChicago PME)이 살아있는 세포 안의 단백질을 양자 비트(큐비트)로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Nature에 게재된 이 연구는 같은 해 Physics World 올해의 과학적 돌파구 10선에 선정됐다.

논문 공동 책임자 데이비드 아우슈알롬 교수는 연구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양자 센서를 생물 시스템에 맞게 위장하는 대신, 생물 시스템 자체를 큐비트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탐색했다.” 이 발상 전환 하나가 30년의 이분법을 깼다.

양자역학은 절대영도 근방의 완전한 고립 환경을 필요로 한다. 생명체는 체온이 있고 분자들이 쉼 없이 충돌하는 따뜻하고 소음 가득한 공간이다. 두 세계는 본래 화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물리학의 상식이었다. 그 상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포가 큐비트를 직접 만든다 — 직경 3 nm, 원자 정밀도로 배치

연구팀이 선택한 소재는 eYFP(강화 황색 형광 단백질)다. 세포생물학에서 수십 년간 형광 표지로 활용된 단백질로, 직경이 3 nm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다이아몬드 결정 결함 기반 큐비트(NV센터)와 유사한 광학·스핀 특성, 즉 준안정 삼중항 상태를 지닌다는 점에 착안했다.

eYFP를 스핀 큐비트로 전환한 결과, CPMG(Carr–Purcell–Meiboom–Gill) 디커플링 조건에서 결맞음 시간 16±2 마이크로초를 달성했다. 그보다 중요한 성과는 상온에서 살아있는 세포 안의 스핀 신호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포가 유전자 인코딩으로 이 단백질을 직접 생산하고 원하는 위치에 원자 정밀도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핵심이다.

다만 현재 단백질 큐비트의 감도는 다이아몬드 NV센터 기반 양자 센서에 미치지 못한다. 제어 역시 아직 액체질소 온도가 필요하다. 논문 공동 책임자 피터 마우러 교수는 이 성과가 “생물학적 양자 감지의 새로운 방법을 열 뿐 아니라, 양자 소재를 설계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실제로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독립적 발견들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 이것이 신호인 이유

이 발견이 신호로 읽히는 이유가 있다. 서로 독립적인 연구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2007년 엥겔 연구팀은 광합성 복합체에서 상온 양자 결맞음을 최초로 보고했다. 당시 물리학자들도 놀랐다. 따뜻하고 소음 가득한 생물학적 환경에서 양자 효과가 살아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2026년에는 웰컴리프의 Q4Bio 프로그램이 IBM의 156큐비트 Heron 프로세서에 최초로 완전한 게놈을 적재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MCQST는 다이아몬드 칩 기반 양자 센서로 세포 이미징 10 nm 해상도를 달성했다.

단백질 큐비트는 그 계보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존 방식처럼 외부에서 양자 센서를 세포 안에 주입하는 게 아니라, 세포 자체가 내부에서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directed evolution(진화적 단백질 공학)으로 감도를 높이고 상온 제어가 가능해진다면 — 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가능하지만 — 분자 크기의 MRI 센서가 현실에 가까워진다. 세포 수준에서 단백질 폴딩, 효소 활성, 질병 초기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양자 나노 MRI의 경로다.

세 관문과 더 넓은 경쟁 — 무엇을 지켜봐야 하는가

단백질 큐비트 기술이 트렌드로 전환되려면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할 관문은 독립적 재현이다. 이번 발표는 단일 연구팀의 성과이며 재현 실험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다른 연구팀이 동일한 결과를 얻는 시점이 이 신호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다음은 상온 제어다. 체온 근방에서 큐비트를 제어할 수 없다면 생체 내 의료 응용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감도 도약이다. 다이아몬드 NV센터를 넘는 감도가 확보되어야 의료 진단에서 실질 가치가 생긴다.

정부·기업·연구기관 모두에게 지금 단계에서 요구되는 대응은 같다. 과감한 투자가 아니라 정밀한 관찰이다. 위 세 관문 중 어느 하나가 열리는 시점이 본격적인 전략 전환의 신호가 된다. 한국의 양자과학기술법(2024년 시행)은 현재 초전도·게이트 기반 큐비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생물-양자 수렴 트랙을 독립 모니터링 영역으로 설정해두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준비다.

양자컴퓨팅 시장은 2026년 약 51억 달러에서 2030년 202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전망된다. 이 시장에서 생물학적 트랙이 어떤 비중을 차지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소재 혁명의 두 번째 막 — 양자의 무대가 실리콘 밖으로 넓어졌다

단백질 큐비트 한 편의 논문이 양자컴퓨팅의 판을 뒤집지는 않는다. 재현 실험도 없고, 상온 제어도 안 됐고, 감도도 아직 부족하다. 기초과학 단계다.

그러나 방향이 생겼다. 에이들먼의 DNA 컴퓨팅이 1994년 “기묘한 실험"으로 시작해 합성생물학의 뿌리가 됐듯, 세포 속 단백질을 큐비트로 만드는 이 발상이 이제 실험실 증거를 얻었다. 이보다 더 넓은 그림도 있다. 광합성의 양자 결맞음, 게놈의 양자 컴퓨터 적재, 단백질 큐비트 — 자연이 이미 구현하고 있는 다양한 양자 현상들이 컴퓨팅의 소재로 탐색되기 시작했다. 초전도, 광자, 이온 트랩, 위상, 그리고 이제 생물학적 단백질까지, 양자컴퓨팅을 향한 경쟁은 이미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단일 소재가 독주하는 경쟁이 아니라, 어떤 자연 현상이 어떤 응용 영역에서 먼저 우위를 증명하느냐의 경쟁이다.

모래에서 반도체가 나온 역사가 있다. 세포에서 큐비트가 나올 역사의 첫 장이 지금 쓰이고 있다.

생각해볼 질문

당신의 건강 검진 결과가 언젠가 혈액 속 단백질 큐비트 센서에서 실시간으로 나온다면 어떨까요? 암의 초기 징후를 세포 수준에서 포착하는 분자 크기 MRI가 일상 검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비용 문제로 특권적 기술에 머물까요?

에이들먼이 1994년 DNA로 계산을 했을 때 30년 뒤 합성생물학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당신 주변의 “기묘한 실험” 중 어떤 것이 30년 뒤 분기점이 될까요? 어떤 기준으로 그 신호를 골라낼 수 있을까요?

주목해야 할 것들

독립 재현과 directed evolution 결과가 첫 번째 판단 기준 — UChicago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directed evolution으로 eYFP 큐비트의 감도를 높이는 것이다. 독립적 재현 논문이 나오는 시점, 그리고 개선된 성능 수치가 발표되는 시점이 이 신호가 트렌드로 전환됐는지 판단하는 첫 기준점이 된다. 네이처 논문의 인용 동향도 학계 확산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상온 제어 달성 여부가 의료 응용의 실질적 관문 — 현재 단백질 큐비트 제어에는 액체질소 온도가 필요하다. 체온 근방에서 큐비트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생체 내 센서로서의 실질 가능성을 여는 관문이다. 이 관문이 열리지 않는 한 응용은 체외 실험 수준에 머문다.

연결 이슈 — Quantinuum 논리 큐비트, Microsoft Majorana — 게이트 기반·위상적 큐비트 트랙은 당분간 생물학적 트랙과 독립적으로 발전한다. 장기적으로는 고성능 게이트 기반 프로세서와 생물-양자 센서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의료 응용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두 트랙의 융합 가능성을 함께 추적할 필요가 있다.

생물-양자 교차 응용 프로그램 확산 속도 — 한국 정책 편입 여부 주시 — 웰컴리프 Q4Bio처럼 생물-양자 응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규모와 성과가 이 분야의 제도화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한국 양자과학기술법(2024년 시행) 이후 연구 지원 방향이 생물-양자 수렴 트랙을 포함하는지가 국내 대응의 관찰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