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하는 AI와 공격하는 AI는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 기술에서 나왔다. 차이는 속도와 비용이다. 수십 년간 사이버 방어의 기반이었던 서명(signature) 기반 탐지 체계는 “공격 패턴이 재사용된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다. AI 네이티브 악성코드는 매 공격마다 새로운 패턴을 생성해 이 전제를 정면으로 허문다. 2026년이 원년이라면, 이 신호가 언제 트렌드로 굳을지가 진짜 질문이다.

같은 기술에서 태어난 공격자와 방어자, 그러나 속도가 이미 갈렸다

Moody’s는 2026년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에서 AI 네이티브 악성코드를 올해의 정의적 위협으로 명명했다. LLM이 공격 코드의 핵심 로직에 통합된 형태다. 이 악성코드는 표적의 방어 환경을 실시간으로 추론하고, 방화벽이나 탐지 시스템과 충돌하면 소스 코드를 자율 수정해 탐지를 회피한다.

숫자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보안 기업 Palo Alto Networks의 Unit 42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AI 에이전트는 랜섬웨어 공격의 전체 킬체인 — 정찰, 침투, 측면 이동, 데이터 탈취, 은폐 — 을 25분 만에 완료했다. 숙련된 인간 해커가 같은 과정을 수행하는 데 수 주가 걸렸던 작업이다.

Armis의 위협 인텔리전스 수장 Michael Freeman은 이를 현재 시제로 표현했다. “2026년 중반까지 최소 하나의 대형 글로벌 기업이 완전 자율 에이전틱 AI 시스템에 의한 침해에 직면할 것이다. 이 시스템들은 강화 학습과 다중 에이전트 조율로 공격의 전 단계를 자율 실행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기반으로 전략을 계속 수정한다.”

패턴 재사용이라는 전제가 사라지자 기존 방어 체계의 뿌리가 흔들린다

왜 이 신호가 평범한 보안 경고와 다른가. 핵심은 구조적 전제의 붕괴에 있다.

서명 기반 방어 체계는 단순한 논리 위에 서 있었다. 이미 알려진 악성 코드의 패턴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새로운 트래픽을 그와 대조해 탐지한다. 이 접근이 수십 년 동안 유효했던 이유는 공격 코드가 재사용됐기 때문이다. AI 네이티브 악성코드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허문다. 매 공격마다 새로운 코드를 생성하므로, 이전 공격 패턴 데이터베이스는 비교 기준 자체가 사라진다.

Moody’s는 여기서 “방어 비대칭"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AI를 활용한 공격의 한계 비용은 빠르게 0에 수렴하고 있다. 반면 AI 기반 방어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포춘 500대 기업 수준의 자원을 갖추지 못한 중견기업은 구조적으로 방어 격차가 커진다.

물리 공간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올해 1월, 방위 기업 Epirus는 자사의 Leonidas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시스템이 광섬유 제어 FPV 드론을 세계 최초로 제압했다고 발표했다. 광섬유 드론은 전파 재밍이 통하지 않아 기존 전자전 수단이 무력했던 표적이다. 우크라이나 부총리 Mykhailo Fedorov가 러시아군이 50킬로미터 광섬유 드론을 실전 배치했다고 공개 증언한 직후의 일이었다. 디지털과 물리 공간에서 공격과 방어 기술의 진화가 동시에 압축되고 있다.

완전 자율 공격은 3~5년 뒤, 그 사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Moody’s는 한 가지를 명확히 했다. 완전 자율 악성코드 — 방어자의 전술에 실시간으로 적응하며 진화하는 수준 — 의 현실화에는 3~5년이 더 필요하다. 2026년은 그 초기 징후의 해다.

이 유예 기간에 무엇을 봐야 하는가. LLM 통합 악성코드가 실제 대규모 기업 침해에 사용되는 첫 공식 사례가 언제 등장하느냐다. Freeman이 지목한 2026년 중반이 기준점이다. 거기에 서명 기반에서 행동 기반(anomaly detection) 방어로의 전환 속도가 더해진다. 패턴이 없는 공격에는 패턴 대조가 아닌 행동 이상 감지 체계가 필요하다.

규제 격차 방향도 중요하다. EU는 NIS2 개정(2026년 1월)과 사이버 회복력법(2026년 9월 시행)으로 구속력 있는 다중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6월 2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자발적 AI 사이버보안 클리어링하우스를 선택했다. Moody’s는 “공격자는 규제 格差를 규제자보다 빠르게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방어 측도 움직이고 있다. Gartner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사이버보안 지출의 40%가 AI 관련 역량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8%에서 5배 수준이다. CrowdStrike는 올해 초 AI 기반 신원 보안 스타트업 SGNL을 7억 4,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Moody’s는 방어 AI도 예측 불가한 행동과 오류를 내포한다며 강력한 거버넌스 없는 AI 방어는 또 다른 취약점이 된다고 경고했다.

️ 규제 格差를 방치하면 한국이 공격의 경유지가 된다

EU가 구속력 있는 사이버 프레임워크를 완성해 가는 동안, 미국은 자발적 체계로 후퇴했다. 공격자는 규제 공백이 있는 쪽에서 거점을 잡는다. 한국이 AI 위협 기준으로 국가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를 갱신하지 않으면 대형 침해의 경유지가 될 수 있다. “방어 AI"를 도입한다고 선언하는 것과, 그 AI가 공격 AI보다 빠르게 학습하도록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어 AI 시장이 커지지만, 공급망 보안 리스크가 진짜 투자 변수다

AI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6년 약 255억 달러에서 2031년 508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M&A를 통한 역량 통합도 가속화된다. 그러나 Moody’s가 지적한 방어 비대칭의 구조가 더 중요한 투자 변수다. 방어 비용 상승이 중견기업의 신용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대기업 공급망에 연결된 중견 협력사가 AI 공격의 침입 경로가 되는 시나리오를 공급업체 실사 기준에 이미 넣고 있어야 한다.

경주의 규칙이 바뀌었다 — 먼저 인식하는 쪽이 이미 앞서 있다

2차 세계대전 암호 경쟁에서 연합군이 독일의 에니그마를 해독했을 때, 진짜 승리는 해독 자체가 아니었다. 해독됐다는 사실을 독일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그 비대칭 정보를 전략으로 전환한 데 있었다. 공격과 방어가 같은 수학을 사용하는 구조에서 먼저 적용하는 쪽이 이긴다.

2026년 AI 사이버전의 논리도 그것이다. 패턴 재사용이라는 전제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하고, 행동 기반 방어 체계로 전환하며,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쪽이 앞서 있다. “방어하는 AI와 공격하는 AI는 같은 기술에서 태어났다.” 어느 쪽이 더 빠른지 아무도 모르는 채 경주는 이미 시작됐다. 경주의 규칙이 바뀐 것을 인식하는 일 자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