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의 과학자가 UN 역사상 처음으로 AI만을 다루는 독립 과학패널로 모여 첫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기술 발전 속도가 아니라 배제였다. 이 보고서는 제네바에서 열리는 첫 국제 AI 거버넌스 대화의 공식 근거 문서가 된다.
40명의 과학자가 내놓은 첫 보고서, 결론은 배제였다
2026년 7월 1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140개국에서 2,600명 넘는 후보 중 선발된 40명의 과학자가 1년 가까이 작업한 예비 보고서를 내놓았다. 공동의장을 맡은 요슈아 벤지오는 “과학은 현재 AI가 재앙적 피해를 초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AI가 공유된 규칙 없이 발전할수록, 정부와 시민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그리고 덧붙였다. “더는 몰랐다고 말할 수 없다.” 보고서가 겨냥한 대상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만들고 누가 규칙을 정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컴퓨팅 파워 90%, 모델 94개 — 숫자로 확인된 격차
보고서의 핵심 수치는 단순하다. 미국이 세계 최대 AI 컴퓨팅 클러스터 파워의 75%를 차지하고, 중국이 15%를 더한다. 두 나라를 합치면 90%다. 2025년 나온 주목할 만한 AI 모델 91%는 민간 기업에서 출시됐고, 그 가운데 미국 기업이 59개, 중국 기업이 35개를 냈다. 나머지 전 세계를 다 합쳐도 13개에 그쳤다. 능력은 더 빠르게 커진다.
AI 벤치마크 성능 점수는 16개월 만에 8%에서 45%로 뛰었다. 40개가 넘는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와 윤리 가이드라인이 이미 나와 있지만, 서로 파편화돼 있고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된 적이 드물다. 안전성 평가 상당수는 그 기술을 만든 기업 스스로 수행한다. 규칙이 없는 게 아니라, 누구의 규칙인지가 문제다.
기후과학의 모델을 빌렸지만, 원조는 자리에 없다
이번 패널의 설계는 우연이 아니다. 여러 매체와 학계는 이를 “AI판 IPCC"로 부른다.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가 그랬듯, 구속력 없는 과학적 합의를 차곡차곡 쌓아 정치적 부정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모델이다. IPCC는 30년에 걸쳐 그 일을 해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보고서 발표 전날 열린 UN 안보리 토론에서, 미국은 다자 AI 거버넌스 구상 전반에 강력히 반대했다.
기후과학 합의 모델의 원조 격인 최강대국이 이번에는 처음부터 대화 자체에 등을 돌린 채 시작한 셈이다. 시간표도 어긋난다. 기후 합의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쌓였지만, AI는 몇 개월 단위로 능력이 두 배씩 뛰는 기술이다. 같은 틀을 빌려왔지만 시계는 전혀 다르게 돌아간다.
관중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 그러나 아직 절반
배제가 공식화된 자리에서도 움직임은 있다. 2026년 2월 인도는 뉴델리에서 첫 글로벌 사우스발 AI 정상회의를 열고, AI 자원의 민주화를 내건 뉴델리 선언을 냈다. 태국은 아세안 역내 책임 있는 AI 허브를 겨냥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거버넌스를 실험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AI 거버넌스 구상을 글로벌 사우스의 대변인 역할로 포지셔닝한다. 배제된 쪽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관중석을 벗어나려 하는 셈이다.
동시에 이번 패널 자체는 아프리카·남아시아·동남아시아·라틴아메리카 연구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한 첫 국제 AI 과학 평가이기도 하다. 완전한 배제도, 완전한 포함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이다. 아프리카는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은 1%에도 못 미친다. 목소리를 낼 자리에 앉는 것과 그 자리에서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사이에는 아직 먼 거리가 있다.

️ 제네바 이후, 한국이 서 있는 자리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는 아니지만 미·중 컴퓨팅 독점 구도 안에서 완전한 주도권을 쥔 나라도 아니다. 제네바 대화가 구속력 없는 정치적 공간이라 해도 의제 설정력만큼은 크다는 점에서 참여 전략이 필요하다. 인도·아세안처럼 독자 목소리를 낼 것인지, 기존 강대국 프레임 안에서 실리를 취할 것인지 그 좌표를 지금 정해야 한다. 정책 창이 열려 있는 시점은 길지 않다.
컴퓨팅 90%를 쥔 두 나라 중 하나가 대화 자체에 반대한다
이 보고서가 남긴 통찰 셋은 명확하다. 능력은 몇 개월 단위로 배가되는데 규칙은 여전히 수십 개로 쪼개져 있다. 근거를 함께 만드는 자리는 처음으로 열렸지만 규칙을 정하는 자리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규칙을 만들 모델의 원조 격인 나라가 지금은 대화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AI 거버넌스가 기술 문제에서 대표성의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다. IPCC는 기후 부정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데 30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시계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제네바에서 열릴 이틀간의 대화가 이 격차를 좁히는 첫걸음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파편화된 프레임워크로 남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해볼 질문
최근 써본 AI 서비스가 어느 나라, 어느 회사의 것이었는지 떠올려보자. 그 서비스의 안전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 알고 있는가?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하다.
만약 당신이 다니는 회사나 학교가 도입한 AI 도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기준을 만든 곳에 항의할 방법이 있는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주목해야 할 것들
미래 신호 — 제네바 대화가 비구속적 정치 공간에 그칠지, 향후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관찰 포인트다. 2027년 5월 뉴욕에서 열릴 2차 대화가 그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다.
⚖️ 분기점 — 미국이 다자 거버넌스에 계속 등을 돌리면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대변자 역할을 굳힐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미국이 태도를 바꾸면 대화의 구속력 논의가 다시 열릴 수 있다.
전략 창 — 인도·아세안의 독자 행보가 다음 1~2년 안에 얼마나 세력을 모으는지가, 글로벌 사우스가 규칙 수용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옮겨갈 수 있을지를 가른다.
연결 이슈 — 서구 편향 LLM 정렬 논쟁, 미·EU·중 3극 거버넌스 비호환 구도와 같은 방향의 신호다.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