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골격도 없이 분열하는, 이제껏 없던 인공세포가 나왔다. 급식·성장·복제·분열까지 생명의 생애주기를 완주했지만, 정작 이 세포를 만든 과학자 자신도 “살아있다"고 확언하지 못한다. 논문은 학술지 심사도 거치기 전에 언론부터 만났다.

감자라는 이름 뒤에 숨은 질문 — 이건 생명인가

2026년 7월 1일, 미네소타대 케이트 아다말라·아론 엔겔하트 부교수 연구팀이 비생물 화학성분만으로 조립한 인공세포 SpudCell을 공개했다. 150~200개 분자와 36개 유전자, 90kbp 규모의 게놈으로 이뤄진 이 세포는 섭씨 30도에서 12시간마다 게놈을 복제하며 먹고 자라고 분열한다. 자연 박테리아보다 훨씬 느리지만, 생애주기 전체를 완주한 인공세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아다말라 본인은 “생명은 이분법이 아니다"라며 SpudCell이 살아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만든 사람조차 이름 붙이기를 주저하는 존재가 세상에 나온 셈이다. 이름이 붙은 사연도 이 애매함을 닮았다.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이름을 따 “아다말라 세포"라고 부르자 본인이 손사래를 치며 농담 삼아 감자를 제안했고, 그렇게 SpudCell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세포골격 없이 분열한다는 것

SpudCell의 게놈은 7개의 분리된 DNA 플라스미드에 나눠져 있다. 이는 생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추정해온 생존 가능 최소 게놈(약 11만3000bp)보다도 작다. 더 중요한 건 분열 방식이다. 자연 세포는 세포골격이라는 내부 뼈대를 이용해 분열하는데, 이 뼈대를 만드는 일이 합성생물학의 오랜 병목이었다. SpudCell은 이 뼈대 없이 FLAG라는 표면 태그만으로 분열을 유도한다. 다른 액적과 융합해 성장하고, 게놈을 복제하고, 유전자 변화에 따라 자연선택과 경쟁까지 벌인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리보솜이 시간이 지나며 분해돼, 다섯 세대를 거친 뒤에도 완전한 게놈을 유지한 SpudCell은 30%에 그쳤다. 여러 세대를 이어가거나 진화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아다말라는 이 지점에서 신중하다. “생명은 이분법이 아니다"는 그의 말은 SpudCell을 과대 포장하지 않으려는 방어이면서,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하는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신시아에서 SpudCell까지, 16년의 계보

이 성과를 평가하려면 앞선 두 시도와 비교해야 한다. 2010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은 자연 박테리아의 게놈을 합성해 다른 세포에 이식한 “신시아(JCVI-syn1.0)“를 40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 발표 당시 미국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했고 전 세계 4800곳이 넘는 매체가 보도했지만, 정작 유전 정보 자체는 자연 박테리아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2016년에는 이를 다듬어 53만1000bp, 473개 유전자로 압축한 최소 게놈 세포 JCVI-syn3.0을 내놓았다. 이 역시 자연 유전자를 추리고 덜어내는 방식이었다. 두 세포 모두 자연에서 빌려온 유전자로 조립됐다.

SpudCell은 다르다. 처음부터 비생물 화학성분만으로 쌓아 올렸고, 그 결과 게놈은 더 작아졌으며 무엇보다 급식·성장·복제·분열이라는 생애주기 전체를 갖췄다. 유전자를 빌리는 대신 생명의 기능 자체를 처음부터 조립한 셈이다.

논문이 학술지 대신 기자에게 먼저 간 이유

이 발표에는 또 다른 이례적인 면이 있다. 아다말라 팀은 논문을 Cell 학술지에 냈지만, 한 심사자가 “SpudCell은 진짜 생물학이 아니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했다. 이에 저자는 프리프린트 서버 등록보다 먼저 embargo(엠바고) 조건으로 기자들에게 논문을 배포했다. 통상 학계에서는 동료심사를 통과하거나 최소한 프리프린트에 등록한 뒤에야 언론에 공개한다. 이번 발표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합성생물학자 케르스틴 괴프리히는 이를 “이례적인 일 처리 방식"이라고 평했다. 발표와 동시에 아다말라와 스탠퍼드대 드루 엔디는 합성세포 공학의 공유 기술 인프라를 표방하는 공익법인 Biotic을 세우고, 시드 자금 1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검증되지 않은 발견이 곧바로 산업·자본 생태계와 결합한 것이다.

검증 전에 자본이 먼저 움직였다

합성생물학 시장은 2026년 약 200억27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312035년에는 560억~137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실험실 자동화 인프라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바이오파운드리 시장도 2026년 20억 달러에서 2030년 44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Biotic의 등장은 이 흐름 안에서 봐야 한다.

개별 실험실 단위 연구가 동료심사를 거치기도 전에 독립 기관과 자본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열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과학 검증과 산업화 사이의 시차가 좁혀지는 신호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자본이 먼저 몰리는 위험도 함께 커진다. 한국의 합성생물학 연구·투자 생태계도 이런 “발표 우선, 검증 후행”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음 10년이 가리키는 방향

아다말라는 다음 목표로 리보젠시스(리보솜 자체 생성)와 대사 개선, 안정적 분열을 꼽았다. 이 세 가지가 갖춰야 SpudCell이 암 치료나 탄소 포집 같은 실용적 응용으로 이어진다는 전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커뮤니티의 지원"이 있어야 이 세 조건이 실제 응용 플랫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은 다세대에 걸친 지속 분열도, 진화도 불가능한 초기 단계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번 발표로 답을 얻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세포골격 없이 분열한다는 것은 생명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던 구조가 실제로는 우회 가능하다는 뜻이다. 합성생물학이 “생명의 재현"에서 “생명 기능의 모듈화"로 프레임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SpudCell은 감자라는 가벼운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정의를 다시 묻는 질문과 검증보다 앞선 자본의 움직임이 함께 담겨 있다. 신시아가 자연에서 빌려온 유전자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면, SpudCell은 아무것도 빌리지 않고 생명의 기능만 조립해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 “살아있다"고 부를 수 없는 이 세포가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게 될지,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해볼 질문

화학물질만으로 조립한 세포가 “살아있다"고 부를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그 답을 정하겠는가. 숨을 쉬는 것, 스스로 번식하는 것,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지 한 번 생각해보자.

연구자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발견이 곧장 회사 설립과 투자로 이어졌다. 만약 당신이 이런 분야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검증이 끝나기 전에 뛰어들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릴지 생각해보자.

주목해야 할 것들

미래 신호 — 아다말라가 다음 목표로 꼽은 리보젠시스·대사 개선·안정적 분열이 실제로 진전되는지가 SpudCell이 단발성 화제에 그칠지, 새로운 생명공학 분야의 출발점이 될지를 가른다.

시스템 영향 — 동료심사보다 언론 발표를 먼저 택한 이번 사례가 반복되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검증 절차와 공표 순서에 대한 관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 분기점 — Biotic이 표방하는 개방형 공유 인프라 모델이 자리 잡으면 개별 실험실 연구가 산업 표준화 국면으로 조기 이동할 수 있지만, 반대로 검증 부족 논란이 커지면 투자와 연구 모두 위축될 수 있다.

전략 창 — 합성생물학 시장이 2031~2035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이, 검증 체계와 투자 판단 기준을 함께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