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6년 5월 21일 『합성생물학에서의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전망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 for responsible innovation in synthetic biology)』 보고서를 내고, 회원국과 파트너 국가가 합성생물학 정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폈다. 이 보고서는 가치 기준, 전략적 지능, 이해관계자 참여, 민첩한 규제, 국제 협력을 주요 축으로 제시한다. OECD의 2025년 보고서 『합성생물학, 인공지능 및 자동화(Synthetic biology, AI and automation)』는 합성생물학이 거대언어모델과 로보틱스와 결합하고 있으며, 생물안보·생물안전·데이터 공급망·인간 감독 등의 쟁점을 낳는다고 정리했다. 참고로 합성생물학은 DNA·유전자·세포 등을 설계·조립·재프로그램하여 자연에 존재하지 않거나 크게 변형된 생물학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학문분과 및 기술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합성생물학을 이용하여 항암 물질을 생산하는 효모를 설계하여 만들어 내거나 반대로 위해성이 큰 병원체 설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이 신호는 아직 트렌드로 성숙한 것은 아니다. 시민은 합성생물학보다 AI 챗봇에 더 익숙하며, 바이오 제조는 여전히 전문 연구소와 기업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가깝다. OECD와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 같은 기관이 관련 보고서와 교육 과정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AI와 결합한 합성생물학의 급격한 발달과 산업화는 산업 지형과 안보 규칙을 뒤흔들 수 있다.

왜 나타났는가?

유전자 편집 도구는 DNA 문장을 수정하고 다시 쓰는 전동타자기가 되었다. AI는 방대한 DNA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화 장비는 사람이 밤새 반복하던 실험을 자동화하여 산업화를 앞당긴다. 거대한 연구소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던 일이 작은 팀과 짧은 주기의 실험으로 이행하고 있다. 분산형 바이오 제조(Decentralized Biomanufacturing)는 한곳의 대형 공장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지역 시설에서 바이오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요구도 있었다. 팬데믹을 겪은 뒤 각국은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을 다른 나라의 공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국제백신연구소의 2026년 ‘2026년 생물의약품 개발 및 제조 입문 과정 신청 모집 공고’는 교육과정을 개설한 배경으로 저·중소득국의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 접근 격차, 그리고 숙련 인력 부족을 들었다. 같은 공고에 따르면 이 교육 프로그램은 2022년 이후 75개 저·중소득국 1,190명에게 교육을 제공했으며, 2026년 6월 과정에서는 130명을 인천 영종도에서 2주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시장도 합성생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제약사는 더 빠른 후보물질 발굴을 원하고, 식품 기업은 배양육과 대체 단백질을 살핀다. 소재 기업은 석유 대신 미생물이 만든 원료를 찾는다. 정부는 자국 안에 바이오 생산 능력을 두려 한다. 전략적 자율성의 강화를 위한 것이다. 각국 사이에서는 바이오 경제, 곧 생물 기반 산업의 돈과 일자리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조용하게 시작되고 있다.

확산될 경우의 변화

합성생물학이 충분히 성숙하면, 병원과 식탁이 달라질 수 있다.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는 아직 비싸고 제한적이지만, AI와 자동화가 연구 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환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장바구니에 배양육, 미생물 발효 단백질, 바이오 소재 의류가 들어갈 것이다. 다만 일상화가 가능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며, 가능하더라도 대중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의 사업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커질 수 있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데이터를 갖고, 전문 시설은 실험과 생산을 맡는 식이다. 이때 새 직업 이름도 생길 수 있다. AI-바이오 안전 검토자, 유전자 서열 데이터 관리자, 바이오 제조 공정 설계자 같은 일이 등장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실험 업무는 자동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가져갈 수 있다.

정부는 두 방향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한쪽에서는 규제 샌드박스처럼 새로운 물질과 공정을 빨리 시험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다른 쪽에서는 병원균 설계, 실험실 사고, 데이터 유출을 막는 감시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기존 질서에서 흔들리는 부분은 속도다. 법과 제도는 대체로 사후대응식이었다. 그러나 AI-바이오 융합은 사고가 나기 전에 어떤 실험이 위험한지 따져봐야 한다. 냄비 물이 끓기 전 작은 기포를 보고 불을 조절하는 일에 가깝다. 이를 전망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라 한다.

미래 시나리오

긍정 시나리오

바람직한 미래 시나리오는 기술과 규칙이 서로 발목을 잡지 않는 경우다. 전략적 지능화란 미래의 위험을 점쟁이처럼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다른 말로는 통계적으로 미래를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어느 연구실, 어느 기업, 어느 시장으로 움직이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전망하는 일에 가깝다. 정부와 기업, 연구자, 시민단체가 동일한 미래 변화의 신호를 보면서 위험 등급과 공개 범위를 조정하면 연구자는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희귀질환 환자는 후보 치료제의 혜택을 더 빨리 볼 수 있다. 농민은 탄소를 더 잘 붙잡는 미생물이나 토양 회복 기술을 선택지로 가질 수 있다. 개발도상국 연구자는 한국이나 국제기구의 훈련 과정을 거쳐 자국 생산시설을 운영할 인력을 키울 수 있다. 기업도 얻는 것이 있다. 안전 기준이 분명하면 투자를 설명하기 쉽고, 시민은 제품 라벨과 심사 절차를 보고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부정 시나리오

규칙이 늦고 시장만 빠르다면 이는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AI가 실험 설계를 도와주는 도구가 되면 연구도 빨라지지만, 위험한 연구와 위해성 있는 합성생물체의 개발도 쉬워질 것이다. 감시감독이 부족한 연구실이나 악의적 집단이 생물학적 위해를 키우는 길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이중 용도는 같은 지식이 치료제와 위해 물질 양쪽에 쓰일 수 있다.

취약한 사회 계층이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 있다. 고가의 바이오 치료제는 부유한 국가와 환자에게 먼저 가고, 위험한 생산시설은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위험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저개발국에서 개발하고, 그 혜택은 선진국의 부유층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 독점도 문제다. 특정 기업이 유전자 서열, 실험 결과, 환자 정보를 한데 쥐면 작은 연구소와 공공기관은 뒤처질 수 있다. 사고가 나면 비용은 현장 노동자, 지역 주민, 공공의료 체계가 나눠 떠안을 수 있다. 기술 불신이 커지면 정상적인 연구까지 멈추는 일도 벌어진다.

갈림길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조건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둘러싼 규칙과 선택이 갈림길을 만든다. 누가 데이터를 갖는가. 누가 모델 접근 권한을 받는가. 위험한 유전자 서열 주문을 누가 걸러내는가. 사고가 났을 때 기업과 연구기관은 어떤 보고 의무를 지는가. 시민과 환자는 자신에게 쓰인 생물학적 설계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가.

독자가 다음 뉴스를 살펴볼 지점은 추상적인 윤리 구호가 아니다. AI 모델 회사가 생물학 관련 답변 제한을 어떻게 바꾸는지, DNA 합성 업체가 주문 심사를 강화하는지, 정부가 바이오 데이터 보관 규칙을 만드는지 보면 된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만 볼 일도 아니다. 승인 뒤 사고 보고서가 공개되는지, 지역 주민에게 설명회가 열리는지, 이의를 제기할 통로가 있는지 함께 봐야 한다.

이머징 이슈 관찰 포인트

가장 먼저 볼 신호는 OECD의 합성생물학에 대한 권고안의 진행이다. OECD의 합성생물학 주제 페이지는 책임 있는 합성생물학을 위한 권고안 개발을 다음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OECD 글로벌 기술 포럼도 합성생물학을 현재 중점 기술 가운데 하나로 다룬다. 국제기구의 문장이 각국 법과 지침으로 옮겨질 때, 이 신호는 정책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 WHO, 국제백신연구소, 글로벌 바이오인력양성허브(GTH-B)로 이어지는 바이오 인력 교육의 규모를 봐야 한다. 참여국 수와 교육생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어느 나라가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을 직접 만들려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에 해당한다. 기업 쪽에서는 바이오 파운드리 투자, AI-바이오 안전 직무 채용, 유전자 서열 데이터 관리 인력 채용이 신호가 된다. 채용 공고는 기업이 어디에 비용과 책임을 배치하는지 드러낸다.

생활 속 신호도 있다. 배양육이나 바이오 소재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는지, 제품 설명에 “AI 설계”나 “합성생물학 기반” 같은 문구가 붙는지 볼 수 있다. 학교와 직장은 생물안전 교육을 AI 윤리 교육과 함께 다루기 시작할 수 있다. 언론 보도의 말투도 변한다. 처음에는 “꿈의 치료제”나 “위험한 생명 설계”처럼 흔들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보험 적용, 사고 책임, 데이터 권리 같은 단어가 늘어날 수 있다. 반대 운동이 나타난다면 그것도 신호다. 이 신호가 실제 이해관계를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관련 문헌

OECD. (2026). Anticipatory governance for responsible innovation in synthetic biology. OECD Science, Technology and Industry Policy Papers, No. 193. OECD Publishing. https://doi.org/10.1787/864dd003-en

OECD. (2025). Synthetic biology, AI and automation: A forward-looking technology assessment. OECD Science, Technology and Industry Policy Papers, No. 187. OECD Publishing. https://doi.org/10.1787/12158721-en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2026). Call for Applications: 2026 Introductory Course for Biologics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ed by the Global Training Hub for Biomanufacturing (GTH-B). https://www.ivi.int/call-for-applications-2026-introductory-course-for-biologics-development-and-manufacturing-organized-by-the-global-training-hub-for-biomanufacturing-gth-b/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2026, June 16). IVI launches 2026 Introductory Course for Biologics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under GTH-B. https://www.ivi.int/ivi-launches-2026-introductory-course-for-biologics-development-and-manufacturing-under-gth-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