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Gen Z 78%가 SNS·폰 중독을 느끼지만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
68%가 SNS 휴지기를 시도했어도 중독감은 그대로 남았다
한국도 청년 디지털 피로와 정신건강 정책 공백을 함께 겪는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세대가, 가장 자주 되돌아오는 세대다
Gen Z의 78%는 스스로 SNS나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느낀다. 같은 세대의 68%는 이미 정신건강을 위해 SNS를 쉬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정신건강을 “보통 이하"로 평가하는 비율은 47%에 이른다. 문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세대가, 그 문제에서 가장 자주 되돌아오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 역설은 미국 조사기관 하모니 헬스케어IT와 딜로이트 글로벌이 각각 2025년 실시한 설문에서 확인됐다. 두 조사는 표본 규모와 지역이 다르지만 수치는 서로를 뒷받침한다. 한국도 청년 디지털 피로와 정신건강 지원 공백이라는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정신건강을 세대의 언어로 만든 것들
이 통계 뒤에는 세대 전체의 정신건강 담론화가 있다. 하모니 헬스케어IT 조사에 따르면 Gen Z의 42%가 현재 치료를 받는다. 2022년 조사보다 22%포인트 늘었다.
77%는 독서나 일기 쓰기 같은 자가 대처를 병행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숨기지 않고 이름 붙이는 문화가 이 세대에서 자리 잡았다.
같은 조사는 Gen Z가 하루 평균 6시간 27분을 스마트폰에 쓴다고 밝혔다. 전 세대 중 가장 긴 시간이다. 알고리즘 기반 피드는 이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됐다.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독감을 느낄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딜로이트 글로벌의 2025년 조사(23,000명 이상, 44개국)는 이 문제를 세대 차원에서 확인한다. Gen Z의 40%가 “대부분 또는 항상”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밀레니얼(34%)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를 인지하는 세대와 그 문제에 이름을 붙이는 문화가 같은 시기에 자라났다.
이 담론화는 세대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이전 세대라면 넘기고 지나갔을 감정 기복도 지금은 “정신건강” 언어로 표현되고 공유된다. 문제를 언어화하는 능력이 커진 만큼,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도 함께 커진다.
68%가 쉬어봤지만, 78%는 여전히 중독을 느낀다
하모니 헬스케어IT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68%다. Gen Z의 68%가 정신건강을 위해 SNS 휴지기를 가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78%는 여전히 폰이나 SNS에 중독됐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끊어본 경험과 중독감이 같은 세대 안에서 동시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수치가 겹치는 인구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보면, 이 조사는 “완치"가 아니라 “반복되는 시도"를 보여준다. SNS 브랜드 전문 매체 파이온(Pion)은 Gen Z의 이런 움직임을 “디지털 디톡스"라 부르지만, 실체는 하루 이틀의 휴지기 뒤 다시 접속하는 패턴에 가깝다.
퓨 리서치센터가 2026년 4월 발표한 10대 조사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준다. 미국 10대의 46%가 인터넷에 “거의 상시” 접속한다고 답했다. 끊으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전반적인 접속 시간 자체는 줄지 않고 있다.
이 지점에서 통계는 두 갈래로 갈린다. 시도의 확산을 보면 세대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이고, 접속 시간의 정체를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신호다. 두 해석 모두 같은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이 현상을 “성공한 디지털 디톡스"보다 “진행 중인 줄다리기"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왜 못 끊는가 — 설계된 중독과 텅 빈 안전망
영국에서 실시된 딜로이트 조사는 이 정체의 구조적 원인 하나를 짚는다. 지난 1년간 SNS 앱을 삭제한 소비자는 전체의 약 4분의 1이었지만 Gen Z만 보면 약 3분의 1로 올라간다. CNBC는 이를 “조용한 혁명"이라 부르며, 이 세대가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데이터를 착취하는” 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문제는 인식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이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Gen Z 직장인의 74%는 스트레스 때문에 휴직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휴직을 쓴 비율은 43%에 그쳤다. 경력에 대한 불안과 직장 내 낙인이 이유로 꼽힌다.
앱을 지우는 결정은 혼자 내릴 수 있지만 정신건강 휴가를 실제로 쓰려면 회사의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개인 차원의 대응이 제도보다 앞서가는 구조다.
이 구조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믿음이 있다. 디지털 웰빙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다. “더 강한 의지로 끊으면 된다"는 전제는, 정작 알고리즘이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왜 직장이 정신건강 휴가를 쓰기 어려운 문화를 유지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Gen Z의 반복되는 시도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이 구조적 질문이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이 프레임은 편리하다. 플랫폼도, 고용주도 별도의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앱을 지우고 다시 까는 일을 반복하는 쪽은 언제나 사용자 개인이다. 구조를 바꾸는 비용은 그 구조를 설계한 쪽이 아니라,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세대가 떠안고 있다.
16년째 이어지는 안식일, 이번엔 방향이 바뀔까
이런 개인 차원의 저항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미국 비영리단체 리부트(Reboot)는 유대교 안식일 전통에서 착안해 “전미 언플러그의 날"을 만들었다. 하루 24시간 전자기기를 내려놓자는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은 이후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해마다 10만 명 넘게 참여하는 행사로 자랐다. 소수의 종교적 실천으로 시작한 “디지털 안식일"이라는 개념이, 이제 Gen Z 다수가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습관으로 세속화된 셈이다.
다만 이 흐름이 곧바로 SNS 이탈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반대되는 신호도 있다. 퓨 리서치센터 조사가 보여주듯 10대의 상시 접속 비율은 줄지 않았고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의 도달률은 여전히 80~90%대를 유지한다.
디지털 안식일을 실천하는 이들도 결국 안식일이 끝나면 다시 피드로 돌아온다. 완전한 이탈보다는 접속과 단절을 오가는 리듬이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 리듬이 굳어질지, 임계점을 넘어 실제 이탈로 번질지는 다음 1~2년의 플랫폼 참여 지표와 정신건강 정책의 변화가 함께 가를 것이다.

️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둔 디지털 웰빙
️ 한국도 청년 디지털 피로와 정신건강 지원 공백이라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학교 상담 인력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SNS 사용 시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정책이 개인의 의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랫폼 설계를 겨냥한 규제 논의와 청소년·청년 정신건강 인프라 확충이 함께 필요하다.
74%가 필요하다 답해도 43%만 쓰는 이유
74%가 필요하다고 답한 스트레스 휴직을 43%만 실제로 쓴다는 간극은 청년 노동시장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경력 초기의 불안과 직장 내 낙인이 정신건강 대응을 가로막는 현실은 한국 청년 직장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제도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인지의 증가는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안식일이 끝나면, 다시 피드 앞으로
Gen Z는 중독을 가장 먼저 인정하고, 가장 먼저 끊어보려 시도하고, 가장 먼저 다시 돌아오는 세대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인지의 증가가 곧 해결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플랫폼은 오래 머물수록 이득을 보도록 설계됐고, 직장은 정신건강 휴가를 쓰기 어려운 문화를 여전히 유지한다.
이 간극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와 제도적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2010년 소수가 시작한 디지털 안식일은 이제 다수의 습관이 됐다. 그러나 안식일이 끝나면, 이 세대는 다시 피드 앞으로 돌아온다.
생각해볼 질문
최근 며칠 사이 SNS를 의도적으로 쉬어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며칠이나 버텼고, 다시 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그 이유 안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만약 회사가 정신건강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게 해준다면, 실제로 쓸 것 같은가? 쓰지 못할 것 같다면 그 이유가 제도 때문인지, 스스로의 부담 때문인지 구분해보자.
주목해야 할 것들
미래 신호 — SNS 휴지기가 반복되는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상시 접속을 전제로 설계된 광고·구독 모델 자체가 재검토될 수 있다. 플랫폼이 접속과 단절을 오가는 리듬에 맞춰 수익 구조를 바꿀지가 관건이다.
⚖️ 분기점 — 정신건강 휴가를 실제로 쓸 수 있는 직장 문화가 확산되는지, 지금처럼 인지와 실행 사이 간극이 유지되는지가 다음 갈림길이다. 어느 쪽이든 청년 노동시장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연결 이슈 — 호주·영국의 16세 미만 SNS 금지 입법, 메타·구글을 상대로 한 중독 배상 판결과 같은 방향의 신호다. 개인의 자발적 이탈과 정부의 규제가 동시에 플랫폼을 압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