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같은 산업, 다른 성적표

2026년 7월 초, 항체 설계 기업 앱사이(Absci)는 임상 1상 데이터 발표 이후 1년 새 주가가 200% 넘게 뛰었다. 같은 시기 종단형 플랫폼을 표방해온 리커전 파마슈티컬스는 52주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두 회사 모두 AI 신약발견 상류·중류에 속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산업편에서 짚었듯, 이 갈림의 기준은 단순하다 — 실제 임상 데이터를 내놓았는가.

이번 편에서는 발견(상류)·중개연구(중류)·상업화(하류) 세 단계에 걸쳐 미국 5곳, 한국 4곳, 총 9개 기업을 살펴본다. 선정 기준은 네 가지다. 시그널 노출도(AI 신약발견과의 직접 연관성), 순수성(AI 신약발견이 핵심 사업인가), 시장 지위(각 단계의 대표성), 상장·접근성(공개시장 거래 가능 여부). 한국 기업들은 임상 역량은 갖췄으나 신약을 처음 찾아내는 발견 단계에서는 오랫동안 약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이 흐름에 어떻게 올라타고 있는지도 함께 짚는다.

핵심 기업 분석

상류 — 발견·파운데이션모델

슈뢰딩거 (NASDAQ:SDGR) — 물리 기반 컴퓨테이셔널 화학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1,600곳 넘는 제약·바이오 연구팀이 쓰는 업계 최대 설치기반을 갖췄다. 시그널 연결고리: AI 신약발견 상류의 순수 소프트웨어 플레이로, 라이선스 매출에 더해 자체 파이프라인의 로열티 잠재력을 함께 지닌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12억 6,000만 달러, 매출(TTM) 2억 5,000만 달러(FY2025 매출 2억 5,600만 달러, 전년 대비 23% 성장) — PSR(주가매출비율,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배수) 약 5.0배(2026-07-06~08 기준, stockanalysis.com). 주가 흐름: 2026-07-08 기준 16.55달러 부근, 연초 대비 하락세. Moat(해자,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우위): 방대한 설치기반과 연구팀의 워크플로 전환비용이 해자를 이루지만 아직 수익화 초기 단계라 지속성은 검증 중이다. 리스크: 2026년 1분기에도 6,000만 달러 손실을 냈고 신제품 ‘AI 공동연구자 Bunsen’ 출시가 지연되면 반전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앱사이 (NASDAQ:ABSI) — 생성형 AI와 통합 웻랩을 결합해 항체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기업. 시그널 연결고리: 상류 중에서도 가장 “AI가 실제로 약을 설계했다"는 증거에 근접한 플레이어. 핵심 재무: 시가총액 19억 2,000만 달러(2026-07-07 기준), 상업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 PSR 산정 불가(N/A). 주가 흐름: 2026-07-07 기준 11.35달러, 52주 저점 2.24달러 대비 12개월 203% 상승(임상 1상 데이터 호재 반영). Moat: 통합 웻랩에서 나오는 폐루프(설계→검증→재설계) 실험 데이터 축적이 해자이며, 임상 데이터가 쌓일수록 강화되는 구조다. 리스크: 단일 파이프라인 자산(ABS-201)에 주가가 크게 좌우돼 있고 급등 이후 밸류에이션 되돌림 위험이 있다.

신테카바이오 (KOSDAQ:226330) —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STB클라우드’로 신약 물질을 발굴하는 국내 1세대 AI 신약사. 시그널 연결고리: 한국의 발견 단계 진입 시도를 상징하는 기업. 구글클라우드와 고성능 GPU 기반 PoC(개념검증)를 완료했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405억 원, 매출(TTM) 30억 원 — PSR 13.58배(2026-07-13, kr_stock_fetch 조회). 주가 흐름: 2026-07-13 기준 1,670원, 52주 고점 7,100원 대비 대폭 하락. Moat: 자체 슈퍼컴퓨팅 인프라가 진입장벽이 되지만 상용화된 파이프라인이 아직 없어 지속성은 취약하다. 리스크: 정종선 대표가 보유 지분 약 80%를 담보로 제공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있고 HK이노엔에 발굴해줬던 후보물질은 물성 문제로 연구가 중단됐다.

중류 — 중개연구·검증·임상설계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NASDAQ:RXRX) — 엑센티아 합병 이후 최대 규모의 종단형(발견부터 임상설계까지) AI 신약발견 플랫폼. 시그널 연결고리: 로슈·사노피 등 빅파마와 협업하며 중류 실증의 최전선에 있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19억 5,000만21억 달러, 매출(TTM) 6,570만7,470만 달러 — PSR 약 30배(2026-07-08~12 기준, 협업 마일스톤 매출이라 변동성이 크다). 주가 흐름: 2026-07-12 기준 3.56달러, 52주 고점 7.18달러 대비 절반 아래로 하락. Moat: 대규모 자동화 생물학 데이터와 로슈·사노피 협업 관계가 해자이나 매출이 마일스톤 지급에 좌우돼 안정성은 낮다. 리스크: 이미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겪었고 다음 마일스톤 달성 여부가 재평가의 관건이다.

써타라 (NASDAQ:CERT) — 모델기반 신약개발(MIDD, 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의 대표 기업. 시뮬레이션 도구 ‘심사이프’ 등이 업계 표준으로 쓰인다. 시그널 연결고리: AI 신약발견 자체보다 임상설계·규제제출 단계의 인프라 제공자로, 발견 단계 혁신의 수혜를 임상 단계에서 흡수한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9억 4,000만 달러, FY2026 매출 가이던스 3억 9,500만~4억 500만 달러 — PSR 약 2.3배(2026-07-07 기준, cnbc.com). 주가 흐름: 52주 고점 13.88달러에서 7.09달러로 급락. Moat: 소프트웨어 반복 매출과 규제 제출 실적이 전환비용을 만들지만 규제·의료문서 사업을 매각하며 사업 범위가 축소됐다. 리스크: 소프트웨어 예약 둔화와 4분기 서비스 부문 부진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졌다.

파로스아이바이오 (KOSDAQ:388870) — 자체 플랫폼 ‘케미버스’로 발굴한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끌고 가는 국내 AI 신약사. 시그널 연결고리: AML(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라스모티닙’이 글로벌 임상 1상에서 효능·안전성을 입증해, 한국에서 가장 임상 단계에 가까이 다가선 AI 신약 파이프라인이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649억 원, 매출은 아직 인식 전(N/A) — PSR 산정 불가. 주가 흐름: 2026-07-13 기준 5,010원, 52주 고점 12,120원 대비 절반 이하. Moat: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보유 자체가 국내 동종 기업 대비 우위이나 상업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리스크: 3년 연속 매출 0원을 기록했고 유한양행에 넘겼던 후보물질은 임상개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온코크로스 (KOSDAQ:382150) — AI 플랫폼 ‘RAPTOR AI 2.0’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이중특이항체 등 차세대 모달리티 개발을 지원하는 기업. 시그널 연결고리: 대규모 암 단백체 데이터 플랫폼을 보유해, 발견-중개 경계의 데이터 자산에 특화됐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404억 원, 매출(TTM) 5억 원 — PSR 85.09배(2026-07-13 기준)로 동종 대비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주가 흐름: 52주 고점 14,490원에서 3,315원으로 급락. Moat: 대규모 암 단백체 데이터가 잠재적 해자이나 매출 규모가 극히 작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리스크: 낮은 매출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장 크다.

하류 — 상업화·빅파마 채택

일라이 릴리 (NYSE:LLY) — 세계 최대 매출 제약사이자 AI 신약발견 파트너링의 최대 매수자. 시그널 연결고리: 인실리코 메디슨과 27억 5,000만 달러 협업 계약, 슈뢰딩거 자회사 에이잭스 인수 등으로 발견 단계 기술을 직접 사들이는 하류의 대표 사례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약 1조 1,000억 달러, FY2025 매출 652억 달러(전년 대비 44.7% 성장, Mounjaro·Zepbound가 견인) — PSR 약 16.9배(2026-06-29~07-09 기준, macrotrends.net). 주가 흐름: 12개월 42.6% 상승. Moat: 압도적 현금창출력과 영업망이 AI 신약 딜을 감당할 자본력의 원천이다. 리스크: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을 반영 중이며 AI 신약 파이프라인의 실제 성과는 아직 초기 단계다.

유한양행 (KOSPI:000100) — 국내 대표 제약사로 다수의 R&D 파트너링 이력을 지닌 하류 기업. 시그널 연결고리: 파로스아이바이오와 AI 신약 파트너링을 시도했으나 임상개발까지 이어지지 못한, 한국형 하류 채택의 현재 성적표를 보여준다. 핵심 재무: 시가총액 5조 900억 원, 매출(TTM) 2조 2,200억 원 — PSR 2.29배(2026-07-13 기준). 주가 흐름: 52주 고점 136,400원에서 68,100원으로 반토막. Moat: 국내 최대 수준의 영업망과 파트너링 경험이 자산이지만 자체 AI 발견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리스크: AI 신약 파트너링 성공 사례가 아직 없어, 발견 단계 혁신을 흡수하는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한눈에 보는 기업 비교

기업티커단계시가총액매출(성장률)PSR시그널 노출도
슈뢰딩거SDGR상류$1.26B$250M(+23%)~5.0x높음(순수 발견 SW)
앱사이ABSI상류$1.92B미미N/A매우 높음(설계+검증 통합)
신테카바이오226330상류405억원30억원13.58x중간(파이프라인 초기)
리커전RXRX중류$1.95~2.1B$65.7~74.7M~30x높음(빅파마 협업)
써타라CERT중류$940M$395~405M(가이던스)~2.3x중간(임상설계 인프라)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중류649억원N/AN/A중간(임상 1상 파이프라인)
온코크로스382150중류404억원5억원85.09x중간(데이터 자산)
일라이 릴리LLY하류~$1.1T$65.2B(+44.7%)~16.9x간접(딜 매수자)
유한양행000100하류5.09조원2.22조원2.29x간접(파트너링 시도)

시총·매출·PSR은 2026-07-06~13 사이 각 기업 조회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동될 수 있다.

한·미 페어링

상류 — 슈뢰딩거 ↔ 신테카바이오: 슈뢰딩거는 1,600곳 설치기반과 반복 매출을 갖춘 반면, 신테카바이오는 아직 매출 30억 원 규모에 머문다. 매출화 격차가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대부분 설명한다.

중류 — 리커전 ↔ 파로스아이바이오·온코크로스: 리커전은 로슈·사노피급 빅파마와 협업하며 마일스톤을 확보하는 반면, 한국의 두 기업은 자체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끌고 가는 초기 국면에 있다. 자본력과 파트너링 스케일의 격차가 뚜렷하다.

하류 — 일라이 릴리 ↔ 유한양행: 릴리는 AI 신약 파트너링의 최대 매수자로 자리 잡았지만, 유한양행은 시도했던 파트너링(파로스아이바이오)이 임상개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AI 신약 채택의 성패"를 가르는 대조적 사례다.

투자 가이드

투자 테마: 이 산업의 핵심 질문은 “누가 실제 임상 데이터를 먼저, 더 많이 내놓는가"다. 발견 단계의 기술적 잠재력보다 임상 검증의 실적이 주가를 가르는 국면에 들어섰다.

시간축별 관점: 단기(13년)는 개별 임상 데이터 발표가 변동성을 키우는 구간이다. 중기(37년)는 2028~2030년 pivotal(임상 3상급) 결과가 집적되는 진짜 분기점이다(L3, 조건부 전망).

시나리오

리스크 + Red Team(이 시그널이 빗나갈 수 있는 전제): 이번 시그널의 핵심 전제는 “발견 단계 성공이 임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 모집·임상 설계·규제 요건은 AI가 바꿀 수 없는 비가변적 제약이다. 인실리코의 Phase IIa 임상이 중국 21개 기관에서 진행됐다는 점도 지정학적 데이터 의존 리스크로 남는다. 만약 이후 임상 3상에서 실패 사례가 이어진다면, “AI 신약발견이 작동한다"는 이번 시그널 자체가 재평가될 수 있다.

모니터링 지표: ①각 기업의 임상 2상·3상 결과 발표 일정 ②빅파마-AI 신약사 신규 협업·인수 계약 ③FDA AI 가이드라인·EU AI법 고위험 조항의 실제 적용 사례 ④한국 코스닥 3사의 분기 매출·손익분기점 도달 여부.

세 가지 셈법

발견 단계의 비용과 시간이 무너진 자리에서, 9개 기업은 서로 다른 셈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상류의 슈뢰딩거·앱사이·신테카바이오는 여전히 잠재력을 증명하는 단계이고, 중류의 리커전·써타라·파로스아이바이오·온코크로스는 그 잠재력을 실제 계약과 임상 데이터로 바꾸는 국면에 있다. 하류의 릴리·유한양행은 그 결과물을 사들일 자본력을 갖췄는가, 그 자본력을 실제 성과로 연결할 실행력을 갖췄는가로 갈린다.

결국 이번 AI 신약발견 랠리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화려한 파운데이션모델을 가진 곳이 아니라, 가장 먼저 환자의 몸에서 확인된 숫자를 내놓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 숫자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어느 기업의 이름 뒤에 붙게 될까.

이 기사는 정보 제공·교육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모든 시세·재무 수치는 기재된 조회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동될 수 있다. 과거 주가·수익률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

생각해볼 질문

① 내가 주목하는 기업이 “발견 단계의 잠재력"과 “실제 임상 데이터” 중 어느 쪽에 근거해 평가받고 있는가?

② 2028~2030년 pivotal 데이터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어떻게 뒤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