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7월 15일 세계청년기술의날에 UN이 공개한 숫자는 청년 5명 중 1명이 일·학업·훈련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실업률은 좋아졌는데 이 비율은 제자리다. 두 지표가 애초에 다른 사람을 세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높은데도, 얼마까지 낮추겠다는 숫자 목표가 없다.

기술의 날에 UN이 내놓은 숫자는 기술이 아니라 부재를 가리켰다

2026년 7월 15일 세계청년기술의날에 UN이 공개한 숫자는 기술을 말하지 않았다. 부재를 말했다. 15~24세 다섯 명 중 한 명이 일도, 학업도, 직업훈련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 상태를 니트(NEET)라고 부른다. 고용·교육·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뜻의 영어 머리글자다. UN 기념일 자료는 여기서 한 겹을 더 벗겼다. 니트 인구에서 청년 여성이 28.2%, 청년 남성이 13.1%로 여성 쪽이 두 배를 넘었다.

같은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포용적이고 질 높은 교육과 훈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촉구했다. 유네스코 산하 직업기술교육 기관인 유네보크(UNESCO-UNEVOC)는 독일 본에서 각국 정부와 교육자, 고용주, 청년을 모아 화상회의를 열었다. 주제는 “함께 나눌 미래를 위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조각이 하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청년 실업률은 13.0%로 15년 만의 최저였다. 청년 취업 시장이 가장 좋았던 해에, 노동시장 바깥의 청년은 2억 5,600만 명이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두 숫자는 같은 식으로 갈라진다. 올해 1월 일자리를 찾지도 않고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은 46만 9,000명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대기실 안을 세고, 니트는 대기실을 떠난 사람을 센다

두 숫자가 어긋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는 대상이 다르다.

실업률은 일자리를 원하면서 지난 4주 안에 구직 활동을 한 사람만 실업자로 친다. 취업 준비를 그만두면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 통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니트는 반대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까지 센다.

대기실을 떠올리면 쉽다. 실업률은 대기실 안에서 번호표를 든 사람의 회전율을 잰다. 니트는 번호표를 버리고 건물 밖으로 나간 사람의 수를 잰다. 대기실 회전이 빨라졌다는 발표와 건물 밖 인파가 그대로라는 사실은 얼마든지 함께 성립한다.

ILO가 올해 1월 내놓은 「2026 고용·사회 전망」에서도 이 병존은 그대로였다. 2025년 청년 실업률은 12.4%로 전년보다 소폭 올랐고, 니트는 약 2억 6,000만 명으로 청년 인구의 20.0%였다. 2년 전과 견줘 사실상 제자리다.

OECD 회원국 평균 니트 비율도 2024년 기준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까지만 돌아왔다.

한국은 이 ‘건물 밖 인구’를 세려는 드문 시도를 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쉬었음’ 항목이다. 육아나 학업, 질병 같은 뚜렷한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을 따로 집계한다. 올해 1월 청년 고용률은 43.6%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떨어졌고, 청년 실업률은 6.8%로 올랐다.

문제는 이 숫자가 정책 성과표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여성 12.9%, 남성 13.0%로 같았다. 니트만 두 배로 벌어졌다

이 어긋남이 무엇을 가리는지는 성별로 나눠 보면 바로 나온다.

ILO의 「청년 고용동향 2024」를 보면 2023년 청년 실업률은 여성 12.9%, 남성 13.0%로 사실상 같았다.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사이에서는 성별이 거의 변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해 니트 비율은 여성 28.1%, 남성 13.1%로 갈라졌다. 세계 청년 니트 세 명 중 두 명이 여성이었다.

경기가 만든 격차가 아니다. 구직 대열에 서 있는 동안에는 남녀가 비슷한 대접을 받지만, 애초에 대열에 서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여성에게 훨씬 세게 작용한다. ILO는 여성의 니트 상태가 남성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돌봄과 가사의 몫,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규범은 실업률이라는 자로 잴 수 없다.

지역 격차도 같은 구조다. 저소득국 니트 비율은 27.9%, 북아프리카는 30.1%로 세계 평균의 1.5배 안팎이다.

수치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성별 니트 수치는 자료 판본마다 조금씩 다르다. UN 기념일 자료는 28.2% 대 13.1%, ILO의 2024년 보고서는 28.1% 대 13.1%, 올해 1월 보고서는 격차를 14.4%포인트로 적었다. 기준 연도와 연령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향은 어느 판본에서도 같다.

1996년 영국이 만든 라벨이 30년 만에 2억 6천만 명을 담는 그릇이 됐다

니트라는 말의 나이는 서른이다.

출발은 1990년대 초 웨일스의 청년 실태 연구였다. 연구진은 교육도 훈련도 취업도 아닌 상태를 ‘상태 영(Status Zero)‘이라 불렀다. 1996년 3월 영국 내무부의 한 고위 공무원이 이 말이 너무 낙인처럼 들린다고 보고 니트로 바꿔 달았다.

정치 무대에 오른 것은 1999년이다. 토니 블레어 정부의 사회적배제국이 「간극 메우기(Bridging the Gap)」 보고서를 내면서 16~18세 취약 청소년을 겨냥한 정책 언어로 굳어졌다. 블레어는 보고서 서문에 이렇게 썼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일자리를 갖는 것이고, 일자리를 얻는 최선의 길은 좋은 교육과 적절한 훈련, 경험을 갖추는 것이다.”

이 문장에는 세계관이 하나 들어 있다.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 있는 이유는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고, 준비를 시켜 주면 안으로 들어온다는 믿음이다. 영국은 그 믿음 위에 진로상담 서비스와 교육유지수당을 세웠다.

30년이 지나 라벨은 전 세계로 퍼졌다. 대상 연령은 1618세에서 1534세로 넓어졌고, 담기는 인원은 2억 6,000만 명이 됐다. 정작 원래 문제인 재진입 경로는 규모만 커졌다.

지표를 만드는 일과 지표를 낮추는 일은 다르다.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면 ‘재교육’의 ‘재’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역이다.

ILO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고숙련 직무에서 첫 일자리를 구하는 고학력 청년"의 어려움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영향의 크기는 아직 불확실해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관찰 대상이라는 뜻이다.

유네스코가 내놓은 전망은 이 유보 위에 조건을 하나 더 얹는다. 2030년까지 일자리의 22%가 기술 변화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지금 사람들이 가진 역량의 40%가 이미 시장이 원하는 것과 어긋나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 밖에 있는 아동과 청년은 2억 7,300만 명이다.

이 전망이 현실이 되려면 자동화가 정형 업무부터 잠식하는 지금의 경로가 이어져야 한다. 그 전제가 맞다면 니트 문제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지금까지 노동시장 진입의 첫 칸은 단순·반복 업무였고, 사람들은 그 칸을 밟고 올라가며 일을 배웠다. 자동화가 그 칸부터 걷어 내면 사다리는 두 번째 칸에서 시작하는 물건이 된다.

재교육 정책은 이 지점에서 구조적 함정을 만난다. 훈련 프로그램은 대체로 구직 등록을 한 사람, 즉 대기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닿는다. 이미 건물 밖으로 나간 청년에게는 ‘재교육’의 ‘재’가 성립하지 않는다.

훈련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명단의 문제다.

️ 목표를 건 유럽은 줄였고, 목표가 없는 한국은 늘었다

같은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과 한국은 다른 선택을 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청년 니트 비율을 9% 이하로 낮추겠다는 수치 목표를 걸고 회원국별로 추적한다. 비율은 2021년 12.6%에서 2025년 11.0%로 내려왔다. 4년에 1.6%포인트, 극적이지는 않지만 방향이 분명하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이미 5%대, 슬로베니아와 체코는 8% 안팎으로 목표선 아래에 있다.

한국의 15~29세 니트 비율은 15%로 OECD 평균 12.7%를 웃돈다. 이 수치를 얼마까지 낮추겠다는 장기 목표도, 그것을 관리할 핵심 지표도 아직 없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서울신문 기획 보도에서 청년에게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부터 살펴 기본 인프라를 세울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쉬었음’ 청년 7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내놨다. 청년 기준 연령을 29세에서 34세로 올리고, 발굴부터 회복까지 잇는 보장센터를 10곳 세우는 계획이다.

일경험과 인공지능 등 미래역량 훈련으로는 9만여 명을 지원한다. 아직 시행 초기 단계다.

빠진 것은 사업이 아니라 도착점이다. 몇 년까지 몇 퍼센트라는 약속이 없으면 성과 잣대는 다시 실업률로 돌아간다.

정책 옵션은 갈린다. 지금처럼 사업 단위로 지원 규모를 늘리는 길, 유럽식으로 수치 목표와 추적 체계를 함께 도입하는 길, 성별 격차를 별도 목표로 떼어 내는 길이다. 마지막 길이 특히 중요하다. 실업률로는 보이지 않는 격차라, 돌봄 부담을 건드리지 않는 훈련 확대는 여성 니트에 거의 닿지 않는다.

‍ ‘쉬었음’은 게으름의 이름이 아니라 통계 설계의 결과다

‘쉬었음’이라는 항목명은 오해를 부른다. 쉬기로 선택한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구직 활동을 멈춘 순간 자동으로 붙는 이름표에 가깝다. 원서를 넣다가 4주간 넣지 않으면 실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이동은 통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원 사업의 상당수가 구직 등록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지표에서 사라지는 것과 지원 대상에서 밀려나는 것이 같은 순간에 일어난다.

진입 경로가 좁아지는 시기에는 선택의 기준도 달라진다. 첫 직장의 조건만 볼 것인지, 그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까지 볼 것인지의 문제다.

한국의 니트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이 꼽는 원인은 교육과 노동시장의 어긋남이다. 대학에 간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로 열려 있는 일자리가 다르다. 개인에게도 같은 질문이 남는다. 기다릴 것인가, 옮겨 갈 것인가.

명단에 없는 사람은 정책에도 없다

세계 청년 실업률은 15년 만의 최저를 찍었다가 다시 올라왔고, 그동안 니트 비율은 20% 언저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성별 격차는 구직 대열 안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대열 밖에서는 두 배로 남아 있다. 1996년에 만들어진 라벨은 대상을 스무 살 넘게 넓히며 전 세계로 퍼졌다. 세 문장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킨다. 무엇을 세는지가 무엇을 고칠지를 정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이 지금 볼 지표는 하나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가 몇 명을 만났는지가 아니라, 15~29세 니트 비율이 15%에서 내려가는지다. 유럽연합이 비율을 줄인 것도 사업을 늘려서가 아니라 그 숫자를 공개 목표로 걸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진입의 첫 칸을 걷어 내는 국면이라면 이 질문의 답은 더 일찍 나와야 한다. 사다리가 두 번째 칸에서 시작하는 순간, 밖에 선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훈련으로 메울 폭을 넘어선다.

대기실 회전율은 앞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건물 밖에 서 있는 사람을 명단에 올릴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해볼 질문

원서를 넣다 지쳐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면, 그때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 통계는 그 몇 주를 ‘쉬었음’으로 기록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아무 데도 남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이 취업 준비를 멈췄다고 말했을 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준비를 더 하라는 조언과 잠시 쉬라는 위로 사이에서, 그 사람이 다시 시작할 문이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찾아보는 쪽이 더 실질적일 수 있다.

자녀나 후배에게 진로를 권한다면 어떤 기준을 먼저 말하겠는가. 지금 들어가기 쉬운 자리를 권할 수도 있고,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오기 쉬운 자리를 권할 수도 있다. 두 기준은 자주 다른 답을 낸다.

주목해야 할 것들

⚖️ 분기점 — 이 분석은 자동화가 정형·초급 업무부터 잠식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초급 업무를 없애는 대신 초급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쓰인다면, 진입 문턱은 오히려 낮아지고 니트 비율도 함께 내려갈 수 있다. ILO 스스로 영향의 크기를 유보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략 창 — 유럽연합의 2030년 목표는 앞으로 4년 남았다. 목표 연도가 다가올수록 회원국별 실적과 정책 수단이 공개 비교되고, 무엇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쌓인다. 한국이 목표 설계를 참고하기에는 지금이 자료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구간이다.

시스템 영향 — 성과 지표가 실업률에서 니트로 옮겨 가면 정책 대상 자체가 달라진다. 구직 등록을 전제로 짜인 훈련·수당 사업의 설계가 흔들리고, 등록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가 새로운 행정 과제가 된다.

연결 이슈 — 생성형 인공지능의 일자리 충격이 신입·초급 직군에 집중된다는 관측, 그리고 신입에게도 처음부터 전략적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 흐름과 같은 계열이다. 세 신호가 겹치는 지점이 정확히 노동시장 진입의 첫 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