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바람이 좋은 날 풍력발전기를 멈춘다. 햇빛이 좋은 날 태양광의 출력을 강제로 끊는다. 연료비 한 푼 들지 않는 전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이유로 버린다. 출력제어(出力制御)다. 제주의 출력제한량은 2017년 1,300MWh에서 2020년 1만 3,416MWh로 3년 만에 열 배가 됐고, 제주에너지공사는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4년에는 발전량의 약 40%를 버리게 되고, 그 …
대학은 왜 지식이 흔해진 시대에도 여전히 지식의 전달을 자신의 본업으로 여기는가. 지식의 접근 비용은 0에 수렴했지만 대학은 여전히 지식의 적재를 가르치고, 정작 사회가 요구하는 경험은 졸업장 너머에서 누구도 입혀 주지 않는다. 미래 대학의 핵심은 ‘지식을 얼마나 전달하는가’가 아니라 ‘경험을 얼마나 쌓게 하는가’ — 곧 지식과 경험을 함께 빚는, 프로젝트가 운영체제인 기관으로의 이동일 가능 …
한 사람이 회사 하나를 통째로 운영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는 그를 직업인이라 불러야 할까, 기업이라 불러야 할까. AI가 사무실의 일을, 로봇이 현장의 일을 대신하면서, 한때 사람을 모아야만 가능했던 ‘기업’이 한 사람 크기로 줄어들고 있다. 직업은 더 이상 평생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필요에 응답하는 행위가 되고 — 그 변화는 산업화 시대가 짜둔 직업의 운영체제 전체를 다시 쓰라고 요구한다 …
PBS는 폐지됐다. 그러나 제도가 사라졌다고 해서, 목표를 위에서 받고 동력을 분배에서 구하던 사고의 기본값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채 우리 앞에 열린 물음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은 그 자리에 놓을 하나의 가설을 제안한다 — 평판과 미션과 학습이 결과로 쌓여 스스로 동력이 되는 순환을. PBS라는 운영체제 PBS 폐 …
답이 공짜가 된 시대임에도 교육은 왜 여전히 답을 외우게 하는가? 지식에 접근하는 비용은 이미 0에 수렴했으나 학교는 여전히 지식의 보관을 가르치고, 답하는 지능은 외부화되었지만 질문하는 힘은 좀처럼 길러지지 않는다. 미래 교육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답을 내재화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곧 ‘생각하는 힘’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공부머리와 일머리, 그리고 바뀐 …
이전 글에서 민주주의를 산업화 시대 운영체제(OS)의 관점에서 다루었다면, 이 글은 같은 시선을 조직으로 옮긴다. AI가 인지 인프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조직 운영의 어디가 흔들리고 있고 무엇이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가를 다룬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역할을 분리하고, 각 부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전체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
인간의 인지 한계를 고려하지 못한 민주주의는 왜 반복적으로 과부하에 빠지는가. 참여는 폭증했지만 숙의는 붕괴되고 있다. 미래 민주주의의 핵심은 ‘누가 결정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숙의가 지속되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는 ‘참여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너무 많이 말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억 개의 의견이 온라인에 쏟아지고, 누구나 손쉽게 정치적 입 …
인공지능(AI)이 신입 사원의 ‘학습용 직무’를 먼저 흡수하면서 청년들이 숙련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경력의 종말’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업률 문제를 넘어 국가 인적 자본의 핵심인 청년층의 성장 경로가 구조적으로 파괴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지금 당장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변화를 일시적인 경기 변동이 아닌 노동 시장의 ‘운영 체제(OS)‘ …